이과대학 제1회 입학생 사공정숙 명예교수님을 뵙고
글쓴이: 양성덕
2023년 4월 3일 오후 3시. 설레는 마음으로 김영욱 수학과 명예교수님과 함께 성북동 자택으로 사공정숙 명예교수님을 뵈러 갔다. 20년 전 이과대학 50주년 기념식장에서 처음으로 사공정숙 교수님을 뵈었지만 이렇게 댁으로 찾아뵙는 것은 처음이었다. 김영욱 교수님은 사공정숙 교수님을 어릴 적부터 아셨다고 하는데 김영욱 교수님의 선대인께서 사공정숙 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셨고 어린 시절 김영욱 교수님 댁에서 많은 수학도들이 모여 수학 세미나를 했던 게 인연이라고 하셨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전화를 드렸더니 잠깐 외출하셨단다. 댁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앉아 조금 기다렸는데 금방 오셨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처음 뵙지만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과대학 70주년이라는 데에 대해서 매우 놀라워 하시면서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말씀하셨다. 고려대학교가 대구에 임시교사를 마련하였을 때 입학하신 이야기, 1학년 2학기에 특대생이 되어 고대신문에 났었던 이야기, 여성으로서 대학에서 가르치게 되기까지 겪었던 일화, 이과대학 교수에서 사범대학 교수로 옮겨가게 된 경위 등등 많은 말씀을 들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이 분 저 분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이경배 교수님을 스피커 폰으로 연결하여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건강하신 모습이셨고 젊은 시절의 여러 일화를 말씀해 주시는데 참 재미있었다. 약소하지만 모교가 교수님을 기억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해간 이과대학 70주년 기념 컵과 수건을 선물로 드렸으며 11월 24일에 70주년 기념식이 있을 예정이고 나중에 초청장을 보내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70년 전 고려대학교는 과연 어땠을까. 말씀도 듣고 사진도 보며 상상을 해 보지만 그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게 된 것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이미 존재했던 것들의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또한 지금 현재의 우리로 말미암아 미래의 후손들이 있게 되리라는 것이다. 가끔식은 계단식 불연속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연속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역사가 생겨나는 것일 게다.
20년 전 이과대학 50주년 기념식장에서 당시 옆 좌석에 계셨던 교수님과 농담을 했었다. 100주년 기념식장에 나타나서 “우리가 50주년 기념식장에서 ‘100주년 기념식에 다시 만납시다’라고 했는데 오늘 드디어 왔습니다”라고 말하자고. 그럴려면 아직도 3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