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첫 학기를 마치며 - 럿거스(Rutgers) 대학교
수학과 교우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2023년 가을학기에 미국의 럿거스 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한 수학과 17학번 송교범이라고 합니다. 은사님이신 양성덕 교수님께서 미국 생활이 안정되면 이곳에 글을 적어달라고 하셨는데, 한 학기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지금에서야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수학에 관심이 많으실 여러 교우님들을 위해, 제가 입학한 럿거스 대학교 뉴브런즈윅 캠퍼스에 대해 소개하는 겸 여러 재밌던 일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Rutgers University는 이름에서 짐작하긴 힘들지만 뉴저지의 유일한 주립대입니다. 그 중 New Brunswick 캠퍼스가 플래그쉽 캠퍼스이고, 프린스턴 대학교, IAS와 매우 가까이 붙어있어 교류가 활발한 편입니다. 실제로 와보니 학생들이 서로의 학교에서 수업이나 세미나를 듣기도 합니다.
- 이곳은 주립대인 만큼 규모가 아주 크고 교수님도 매우 많습니다. 대략 60분 가량의 테뉴어 트랙 교수님이 계신데, 대학원생은 80명 가량 있어 수업이 매우 여유로운 편입니다. 교수님이 한명한명 케어해주시는게 참 좋았습니다.
- 학교의 연구분야도 다채로운데, 특히 유한군론, 꼭짓점 연산자 대수, 조합론, 기하학(복소기하, 기하해석, 기하 pde) 패컬티가 굉장히 강합니다. 미분기하 패컬티는 미국에서도 손꼽는 수준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위상수학을 공부하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데, 학교의 분야가 너무 다양하다보니 다 재미있어 보여서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공부하기 정말 좋은 학교이니, 여러 후배님들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뉴욕 맨해튼을 서울이라고 보면 뉴브런즈윅은 일산 쯤에 위치합니다. 학교에 있는 역에서 열차로 한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주말이나 공강 때 한 번 쯤 다녀오기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뉴브런즈윅 자체는 굉장히 할 게 없는 곳이라 다소 심심합니다. 고려대는 학교에 술집도 노래방도 많고 해서 평소에 친구들과 가볍게 놀기 좋지 않습니까? 여긴 그런게 거의 없습니다. 작정하고 놀려면 놀 수 있는데 가볍게 놀기는 어렵다고 할까요. 물론 대학원은 놀러오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러 오는 곳이니 학교 주변에 집중을 흐리는 것이 없는건 장점으로 생각할수도 있겠습니다.
- 학교가 정말… 정말 넓습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의 25배 면적인데, 차가 없이는 이동이 정말 어렵습니다. 오늘 아침 공항에 가야해서 택시를 타고 10분 넘게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창밖을 보니 여전히 학교 한가운데였습니다. 미국유학을 생각중이신 교우분들께선 차를 구매하는걸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 학교에서 차로 10분만 타고 나가면 여전히 학교가 큰 한인마트가 있습니다. 친구들과 한인마트에서 치킨 족발 맥주를 산 뒤 자취방에서 다같이 놀기도 하고, 한식 재료랑 반찬도 한국 마트만큼 있어서 밥해먹기도 좋습니다. 이게 정말 은근히 큰 장점이더라구요. 2달째 학교식당에서 바베큐만 먹는게 처음엔 좋다가 갈수록 힘들어졌는데, 된장 쌈장 고추장에 김치 사서 고깃집 된장찌개 한 번 거하게 끓여먹고 싹 내려갔습니다. 물론 차타고 10분 거리이고 걸어서는 한시간 걸립니다 ㅎㅎ;;; 차가 있어야 해요.
- 신기하게도 학교에 동물이 엄청 많습니다. 사슴이 정말 많은데, 약간 고려대에 길고양이 있는것처럼 사슴이 다녀요. 겨울방학을 맞이한 지금, 캠퍼스에는 사람보다 사슴이 더 많은것 같은 기분까지 듭니다. 사슴 말고도 특이하게 생긴 새떼나 청설모 같은 것들을 하루에 한 번 씩은 보는것 같아요.
양성덕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과 친절하신 선배님들의 더움으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여러 교우님, 학우님들께서 유학 등에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환영이니 편하게 연락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현재는 ks1951@rutgers.edu를 사용하고 있고, 개인 메일은 pigygon132@naver.com이니 어느 쪽으로든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