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능과 70년
봉긋하게 솟은 애기능이 생각납니다. 이과대 건물 뒤에 있는 앙증맞은 동산 말입니다. 72년 봄, 처음 이과대 캠퍼스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곳이 애기능이었습니다. 생경해 보이던 능이 수업이 없는 날에는 학우들과 종종 올라앉던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캠퍼스의 시그니처였죠.
애기능을 뛰어오르던 새파란 학생이 이제 만 칠십 나이가 되었습니다. 돌아나온 길목마다 우여곡절이 얽히고 기쁨과 슬픔이 수시로 교차하는 세월을 이만큼 지나왔습니다.
이과대학이 설립된 지도 70년이 흘렀습니다. 마침 제 나이와 같아 반가운 마음입니다. 1953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안암골에 심은 한그루 묘목이 한해 한해 나이테 고리를 만들어 가더니 올해 70살로 생장했습니다.
이과대는 그간의 성장통을 잘 견디어 냈습니다. 54년에 수물학과를 수학과와 물리학과로 분리하여 이학부를 설립하였고, 63년에는 이공대학 이학부를 거쳐서, 77년에 이과대학으로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학과의 신설과 통합 등의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지금의 대학으로 견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으니, 이과대학이라는 나무가 잔가지를 쳐내면서 70년 동안 우썩우썩 자라났습니다. 이제는 과학계의 아름드리 거목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이과대학의 역사는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이과대학은 국내 과학계를 선도하고 해외의 유명대학과 학문을 겨루는 명실상부한 대학으로 부상했다고 자부합니다. 미래에는 자유, 정의, 진리를 지향하는 고대 정신의 기치 아래 고려대학교 이과대학이 첨단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향하여 끊임없이 정진해 주기를 축원합니다.
그 옛날 애기능에 드러누워 미래를 꿈꾸었던 수학과 학생이 이과대학 설립 70주년을 축하하며 감회에 젖습니다.
수학과 72학번 유동진 |